[여행]신의 물방울을 빚는 도시 : Mikulov

30/10/2020

프라하를 벗어나 남동쪽으로 3시간여를 달리면, 드넓은 포도밭이 펼쳐진다. 크고 작은 포도밭들은 모라비아의 아름다운 마을, Mikulov가 가까워졌음을 의미한다. Mikulov는 오스트리아 국경에 인접한 작은 마을로, 그 중심에 아름다운 Mikulov 성과 모라비아 와인으로 유명하다.

규제조치로 인해 비록 유적지 내부를 방문할 수 없지만, 다행히 Mikulov의 가장 큰 매력은 실내에 있지 않다. 세 곳의 뷰 포인트에서 온 마을과 인근의 포도 농원,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눈에 담을 수 있다.

Kozí hrádek

Mikulov 성의 오른편 언덕 꼭대기에 보이는 하얀 2층 돌성이 Kozí hrádek 염소 성이다. 염소 성은 브르노와 비엔나를 연결하는 주요 길목인 Mikulov를 지키기 위해 지어진 요새다. 워낙 오래된 성이라 현재는 반쯤 무너진 모습이지만, 15세기에 2층 대포탑을 세우며 중부 유럽에서 가장 우수한 방어력으로 무장한 요새였다.

마을 광장에서 Kozí hrádek은 동네 뒷산처럼 무척 가까우니 십여 분이면 도착한다. Kozí hrádek 정상에 오르면 발 아래로 거대한 Mikulov성과 마을 광장의 풍경이 펼쳐진다. 짧은 산책에 가장 멋진 기념 사진을 찍기에 완벽한 풍경이다. 내려오는 길에 소규모 와이너리와 와인가게들이 있으니 한번씩 둘러보자.

Mikulov zámek

Mikulov 는 16세기 중반 이후Liechtenstein 가문에서 Dietrichstein 가문으로 그 소유권이 이전된 후 중흥기를 맞는다. 올로모우쯔의 주교이자, 추기경이며 도시의 영주였던 František z Dietrichstein은 당대 최고의 건축가들과 예술가들을 Mikulov로 초대한다. 초대된 이들에 의해 이탈리아의 르네상스가 그대로 재현되던 순간, Mikulov는 모라비아의 중심지로 변모하게 된다.

당시를 고스란히 기억해내듯 도시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을 뿜어내는 노란빛 성이 Mikulov zámek이다. 성 정문에는 Mikulov를 상징하는 끝이 휜 두 자루의 칼 문양이 그려져 있다. 포도를 수확할 때 쓰는 특별한 칼이다. 포도 농원과 와인 양조로 이름높은 Mikulov 다운 문장이다.

정문으로 바로 들어가는 것보다, 오른 편의 오르막길로 먼저 올라가는 편이 더 풍경 즐기기에 좋다. 성 둘레를 크게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데, 서쪽의 해자가 있던 구역은 유대인 지역이다. Mikulov의 지리적 위치는 서로 다른 민족과 문화와 종교가 만나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환경을 이뤘다. 카톨릭 영주가 지배하는 땅임에도 유대인들은 꽤 큰 게토를 일구며 Mikulov의 경제적 번영을 이루는데 한몫을 해냈다. 그러나 도시 전체를 위협한 큰 화재와 세계 2차 대전으로 인해 게토지구는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도시에서 가장 낙후했던 게토 지구는 현재 재개발로 인해 빼곡하게 예쁜 가옥들이 늘어서 있다.

도시 외곽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내려오다보면 바로크 양식으로 잘 가꾸어진 정원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다. Mikulov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파란 창공의 하얀 예배당이 바로 보이는 곳이다.


Svatý kopeček u Mikulova

Mikulov에서 가장 높은 언덕이자, 흰색 교회가 있는 곳이 바로 성스러운 언덕이다.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만큼 가장 가팔라 초기엔 춤추는 언덕이라 불렸다.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바위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어느새 Mikulov zámek보다 더 높은 곳에 오르게 된다. 발아래로 Mikulov 마을과 인근의 포도 농원이 펼쳐진다.

해질녘에는 지평선이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데 마치 전설 속의 황금 나라, 엘도라도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장관이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걸어가신 골고다 언덕의 여정을 14개의 예배당을 세워 표현했다. 17세기 초에 닦인 체코에서 가장 오래된 십자가 고난의 길이다. 가까운 지역뿐만 아니라 먼 곳에서도 순례자들이 Mikulov를 찾았다. 올로모우쯔의 추기경이자 Mikulov의 영주 František z Dietrichstein의 노력이 지금까지도 큰 결실을 맺는다.

능선의 가장 꼭대기에는 고난의 여정의 마지막 목적지인 하얀색 건물이 우뚝 자리 잡고 있다. Mikulov에 흑사병이 유행했을 때, 흑사병의 수호성인 세바스찬에게 봉헌된 교회가 세워졌다. 그러나 초기 모습은 1679년 화재로 소실되고, 한 이름 모를 건축가에 의해 그리스풍의 새하얀 건축물이 재건됐다.

출처: 프라하일보, Karel Adám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