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Adršpach : 바위 협곡 산책

23/10/2020

지난 목요일 부터 사실상 Lock Down 규제로 인해 무심코 해왔던 도심 산책 조차도 불가능하다. 규제조치를 발표하며 보건부 장관은 마스크로부터 유일하게 자유로울 수 있는 자연속 산책을 권장했다.

오늘 코스는 유모차와 어린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산책로다. 물론 모험가라면 바위산을 넘어 멀리까지 다녀올 수도 있다.

도심에서 멀리 떠나보자. Hradec Králové를 지나 180여 킬로미터를 달리면 Adršpach에 도착한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 촬영지로 유명한 국립공원이다.

호수와 바위 협곡지대로 이루어진 Adršpach는 유모차를 끌며 산책할 수 있을 정도로 길이 잘 닦여있다. 파란색 표식을 따라 걸으면 호수를 돌아볼 수 있고, 초록색 표식을 따라 걸으면 웅장한 바위 협곡을 둘러볼 수 있다. 초록색 길 끝은 노란색 길과 이어진다. 노란색 길은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하는 대신, 인공호수에서 뱃사공이 모는 보트를 탈 수 있다.

초록색 표식을 따라 Adršpach 국립공원을 한바퀴 크게 둘러보는데 약 1시간이 소요된다.

Adršpach입구로 들어서면 잔잔한 호수 Pískovna 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호수 가장자리 둘레에는 하얗고 고운 모래가 켜켜이 쌓여있어 호수의 명칭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성모상을 닮은 암벽을 지나면 웅장한 바위 협곡의 입구를 지키는 석조 대문을 만날 수 있다. 대문을 지나면 좁다란 협곡에 들어서게 된다. 세로로 긴 거대한 바위들은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바위들은 우리 의식 한켠에 꽁꽁 숨겨놓았던 상상력들을 자극시킨다. 협곡 뒤 바윗더미 광장에는 코끼리 떼들이 줄지어 있고, 또다른 바위 광장에서는 악마가 놓은 듯한 다리도 상상해볼 수 있다. 기기묘묘한 형태의 거대한 바위들을 살피다 보면 Adršpach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산책로 옆에 흐르는 실개천 Matuje의 물 빛깔은 꼭 홍차 우린 물처럼 붉다. 그 이유는 철분을 다량 함유하기 때문이다. 개천의 물은 음료수로 부적합하니 마시지 말자.

산책로 중간 즈음, 독일어가 새겨진 큰 바위가 있다. 1844년 이 지역에 큰 물난리가 났을 때, 물이 차오른 최고 수위를 표시한 것이다. 당시 이 지역은 독일어권이어서 옛 새김글들은 모두 독일어로 쓰여있다.

Adršpach의 바위들은 그냥 바윗덩이가 아니다. 초록 이끼가 끼어있기도 하고, 바위 틈새에서 나무와 꽃이 자라기도 한다.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바위 암벽의 높다란 벽면에서는 마치 페인트를 뿌린 듯이 선명한 노란색의 이끼도 발견할 수 있다. 이 지역에는 다양한 희귀종 새와 곤충, 식물들이 서식하는데, 그 중 가장 특별한 곤충은 날개없는 파리다. 날개없는 파리는 Adršpach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희귀종이니, 주변을 잘 살피며 걷자. (혹시나 발견한다면 사진 제보를 부탁한다!)

Adršpach에서 즐기는 보트 여행

초록색 길을 잠시 벗어나 노란색 표식을 따라 가면,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계단을 오르다 보면, 금세 Pokladna, 호수 보트 입장권 매표소가 나타난다. 즐거운 보트 놀이에 앞서, 마치 사다리를 타듯이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사다리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보트 여행은 정말 멋진 경험이니 꼭 가보길 추천한다.

보트 선착장에서는 유쾌한 뱃사공이 기다리고 있다. 십여 명을 태우고 출발하는데, 체코어와 폴란드어, 영어가 유창한 뱃사공은 입심도 대단하다.

길이 300m, 깊이 3m의 명칭이 따로 없는 인공 호수다. 겨울에도 얼지 않는데, 11월이면 호수의 물을 다 빼버리기 때문이다. 1800년대에 벌목한 나무를 쉽게 옮기기 위해 협곡에 물을 채워서 인공 호수를 만들었다. 뱃사공은 호숫물을 마시면 성공적으로 설사를 할 수 있다며 껄껄 웃는다. 호수에서 타이타닉호의 침몰 잔해와 물에 빠진 디카프리오, 난쟁이, 마이클 잭슨 등 여러 유명인사도 만날 수 있다.

• 이용요금 : 6세 이하 무료, 7세 이상 50Kč

• 운영시간 : 9:30-16:30


보트는 손님들을 출발지와 다른 선착장에 손님들을 내려준다. 이 때 노란색 길을 계속 갈지, 다시 초록색 길로 돌아갈지 결정할 수 있다.

만약 체력과 간식, 물이 충분히 남아있다면 노란색 길을 마저 걷는 것도 좋다.

노란색 길은 지도에 짧게 표시되어 있지만, Adršpach 지도 너머로 더 멀리 펼쳐져 있다. 널판지 다리가 놓인 늪지대를 건너고, 울창한 나무숲을 지나는 길이 무척 운치있다. 약 4km를 더 걸어 메아리 계곡까지 가면, 곧 Adršpach의 반대편 출입구Teplic nad Metují Skály에 도착한다. 출구를 나와 개천을 건너 왼쪽편에 Teplic n. Met. Skály기차역이 있으니, 기차를 타고 Adršpach로 돌아갈 수 있다.

기차역은 작은 간이역이라 상ㆍ하행을 나누는 철로가 따로 없다. 철로를 바라보고 왼쪽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야한다. 기차는 보통 1시간에 1대씩 다니고, 기차표는 차장에게 직접 구입할 수 있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이라면, 보트 여행 후 다시 초록색 길로 돌아가는 것도 좋다. 초록색 길의 오른쪽 지역은 여태 걸어온 산책로와 달리 훨씬 흥미진진하니, 어린이들과 모험을 떠나기에 아주 좋다. 다만, 협곡 사이를 오르락 내리락 해야하는 통에 유모차 여행은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코스중 가장 난코스인 바윗틈 사이로 들어간다. 너무 비좁아 맞은편에 누군가와 마주친다면 아무리 날씬하더라도 하나는 후진해야할 만큼 좁다. 신호등이 필요해 보인다. 또 틈새가 어둡기도해 진짜 쥐처럼 재빠르게 빠져나가야 한다. 어둠고 좁은 곳에서 빠져나온지 1분여도 채 되지 않아 천길 낭떠러지 같은 계단을 만난다.

Adršpach 국립공원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Vyhlídka a Velké panoráma 라는 전망대다. 지금껏 아래에서 신기한 모양새의 바위들을 올려다만 보았다면 이제는 같은 눈 높이에서 바위들을 관찰할 수 있다. 전망대 왼쪽에는 어느 시골지역 시장님과 시장 부인이 서로를 다정하게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가까이에는 체코 깃발을 달고 있는 중세시대 요새같은 바위, 메두사의 머리모양을 한 바위, 콘트라베이스 바위와 연인들이라 칭해지는 바위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Adršpach는 오랜 시간동안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는 위험지역이었다. 전쟁때마다 지역 주민들이 피난처를 찾아 이 바위 협곡에 들어섰다. Adršpach가 관광지로 사랑받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말엽부터다. 1790년에는 시인 괴테도 이 곳을 찾았다.

1828년, Ludvík Karel Nádherný가 포도원이 딸린 저택을 매입하며, Adršpach 지역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도로를 건설하고, 산림을 가꾸는데 크게 투자했다. 이후 그 후손인 Baron Nádherný가 하이킹 길을 개발하며, 널리 사랑받게 되었다.

[이용 정보]

• 입장료 : 성인 120Kč, 아동(6-15세) 70Kč, 가족(성인2, 청소년2) 320Kč, 애완동물 10Kč